공시충들의 성지 노량진.

노량진에 가면 공무원 수험생들을 위한 식당들이 많음.

고시식당, 컵밥, 백반집, 분식집, 돈까스집 등등.

얘네들은 하나 같이 값은 싸고 양이 많은데,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공시충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이리라.

그 중 고시식당은 저렴한 한식부페집들을 통칭하는 말로, 공부에 지친 공무원 수험생들의 한끼를 든든하게 책임져 주는 매우 유익한 곳이다.

오늘 포스팅하는 고구려는 그런 고시식당중에 가장 유명하고 역사가 깊은 집으로, 난 노량진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쩌다 노량진 갈 일이 생겨서 겸사 겸사 한 번 가 봤음.

 

입구 사진이다.

1호선 노량진역 길 건너, 동작 경찰서 옆에 하나은행 건물 지하에 있음.

합격영토 고구려!

어색한 조합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잘 어울리는 네이밍이다.

 

입구에 덕지 덕지 뭐가 붙어 있음.

한 끼 4,500원이다.

여러끼를 한 번에 결제하면 할인해 준다.

여기서 주목해야 되는 건 일반 부페랑 다르게 접시는 한 명당 하나만 써야 된다는 점이다.

참고로 선불이다.

 

음식 사진이다.

여러가지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저 날 준비되어 있던 메뉴는 김치, 참외, 오징어 채와 골뱅이 초고추장 무침, 만두 튀김, 에그스크램블, 제육 두부 조림, 훈제오리, 샐러드 였던 것 같다.

메뉴는 매일 바뀌고 대부분 대량으로 조리가 가능한 음식들로 구성된다.

 

밥을 떠 왔음.

푸짐하다.

예상하겠지만 음식 간이 하나 같이 쎈 편임.

그리고 재료의 신선도가 그리 좋지는 않은 것으로 느껴지는데, 이게 음식의 간이 쎈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냥 저렴한 맛에 먹도록 하자.

 

내부 전경을 한 번 찍어 봤음.

식당 이름이 고구려라 고구려 컨셉 인테리어가 많음.

공무원 수험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고 그냥 동네 아저씨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간간이 있었음.

일반 식당이랑 다르게 혼자 먹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나처럼 소심한 혼밥충도 별 부담없이 밥을 먹을 수 있음.

참고로 혼자 밥 먹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어폰을 끼고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밥을 먹으니 혼자 가게 되면 따라 하도록 하자.

나도 그랬음.

그러면 동질감, 소속감,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백수가 되고 5개월이 지나니 그런 것들에 넘나 목마른 것.

할아버지들은 그래서 탑골 공원에 나가는 거겠지.

 

다 먹음.

지저분 하지만 접시는 하나만 써야 됨.

 

고시식당이 좋은 게 밥 말고 라면도 마음대로 끓여 먹을 수 있음.

옆에 보면 라면 끓이는 코너가 따로 있는데 거기서 자기가 원하는 라면 골라서 끓여 먹으면 됨.

난 참깨라면 먹음.

 

분식집 아니라서 라면은 직접 끓여야 된다.

일반 가정집보다 불이 쎄서 라면이 맛있게 끓여짐.

면빨이 꼬들꼬들하다.

참깨라면 처음 먹어 봤는데 진라면에다 참기름 향을 첨가한 맛이었음.

 

다 먹고 나면 사용한 그릇이랑 접시랑 수저랑 설거지 하는데다 갖다 놓으면 됨.

후식으로 망고주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뭐냐 진짜 생과일 주스는 아니고 망고향 나는 단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다 먹고 나와서 왼쪽 편에 보면 골목이 있음.

거기 담배 피는 데임.

'합격영토에서 밥 먹었으니 합격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하면서 담배 핌.

아 근데 공부 넘나 재미없는 것.

이 짓을 앞으로 1년 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시발거.

 

저번 주말에 술을 마셨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자리 잡고 잘 사는 것 같더라.

벌써 과장 단 애도 있었음.

세 명이서 술을 마셨는데 1차 곱창, 2차 육회 얻어 먹고 3차는 자연스럽게 내가 내는 분위기가 되니까, 지인들이 나 생각해서 은근슬쩍 싼 데 찾는 걸 보니 괜히 짠하고 미안했음.

결국 맛대가리 없는 2천원짜리 짝태랑 2천5백원짜리 생맥주 먹음.

불쌍한 공시충을 위해 광고를 클릭합시다.

 

 

요약

상호 : 고구려

위치 : 1호선 노량진역 길 건너, 동작 경찰서 옆에 하나은행 건물 지하.

총평 : 맛있는 건 아니나 예전 급식이나 짬밥 시절 나름 1선발 반찬 서너개가 한번에 나오니 은근 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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