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어머니가 상경하셔서 누나랑 셋이서 종로에 갔다.

사실 광화문에 시위하는데 감.

난 사람 많은 거 질색이라서 가기 싫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끌려 감.

하여튼 갔다가 춥고 배고파서 대충 따뜻한 국물 파는 곳을 찾고 있었는데 이 날 종로 상권 대목이더라.

식당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갈 수가 없었음.

편의점도 사람 미어터지고.

하여튼 좀 돌아다니다 구리개 손칼국수라고 써 있는 간판을 보고 여기 들어갔음.

간판이 웃긴다.

 

근데 입구에는 구리개 양곱창이라고 써 있음.

간판에 구리개 손칼국수라고 써 있어서 그게 가게 이름인 줄 알았는데.

뭐가 뭔지.

나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블로그를 지향하기 때문에 일단 네이버에 검색해 봤다.

상호가 '구리개 양곱창집'으로 나오더라.

근데 또 다음에서는 걍 '구리개'라고 나옴.

그리고 티스토리가 다음꺼라서 구리개라고 제목을 적었다.

 

구리개가 뭔 말인가 궁금해서 검색해 봤는데 동네 이름이라고 함.

 

'중구 을지로2가 · 명동1가 · 명동2가 · 충무로1가 · 남대문로2가에 걸쳐 있던 마을로, 이 지역에 야트막한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진흙으로 되어 매우 질어서 누런색을 띄어 구리개라고 불린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 갑오개혁 무렵에 구리개를 한자로 옮겨 동현(銅峴) · 동현동(銅峴洞)이라고 하였다. → 동현동 [마을]'

 

출처는 서울지명사전이다.

 

메뉴판 사진.

신문지로 도배를 했다.

분답다.

난 만둣국 시킬라 그랬는데 만두 다 떨어졌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 같이 칼국수 시킴.

 

방송국 사람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양반들이 밥을 먹고 있었음.

나갈 때 두어명이 서로 계산하겠다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 사진.

달다.

 

칼국수 나왔다.

안동국시 스타일임.

 

먹다 찍은 사진.

약간 심심한 그런 육수.

안동국시는 다 그렇더라.

곰탕처럼 진짜 푹 고아서 육수를 내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어머니는 경상도 토박이분이신데,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소고기 육수에 말아 나오는 칼국수가 익숙치 않다고 하셨다.

사실 경상도에서 칼국수라고 하면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 면을 만 형태가 대부분이다.

나도 서울에 올라와서야 안동국시란 이름으로 나오는 소고기 육수 칼국수를 처음 먹어볼 수 있었다.

안동은 양반들이 많이 살던 동네라 경제적으로 풍족했기 때문에 소고기 육수에 칼국수를 말아 먹는 문화가 생긴 것이 아닐까한다.

 

검색해 보니까 내 말이 맞네 맞어.

 

'안동지역의 독특한 음식을 선보이는 부숙 한정식에 가면 안동국시를 만날 수 있다.
보통 국수라 하면, 언제든지 부담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지방에서는 귀한 손님에게 내놓던 음식에 속했다.
법도를 중시하는 안동에서는 가난한 양반집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았는데,
푸짐한 음식이 없어도 건진국시 정도는 대접하는 게 보통이었다고 한다.
길한 음식, 장수하는 음식이라는 의미를 지닌 까닭이다.
반면 누름국시는 농사꾼들에게 농사일의 새참으로 별미였다.

 

안동국시 만드는 법은 두가지가 있다.
이 두가지 만드는 법은 처음에는 비슷하다. 밀가루와 콩가루를 2대1의 비율로 섞는다.
예로부터 안동에서는 구수한 맛을 내는 콩가루 음식이 발달하였고, 국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콩가루를 섞으면 영양적인 면이 좋아짐은 물론이거니와 구수한 맛이 입에 착착 붙는다.
여기에 기름을 살짝 넣는것이 좋다. 반죽할때 손에 잘 붙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반죽이 되면 두 시간 정도 숙성시켰다가 홍두깨로 반죽을 민다.
홍두깨질이 끝나면 반죽을 접어 칼로 썬다.


이제 여기서 부터 삶는 방식이 건진국시와 누름국시가 달라진다.

먼저 건진국시는 말 그대로 '삶은 국수를 재빨리 찬물에 건져낸 국수'라는 뜻이다.
건져서 말아놓은 면에 육수를 부으면 완성이 된다.
봉제사나 접빈객 때 면을 삶아서 놓아두었다가 육수를 부어 빠르게 손님을 접대했다.
서원이 많았던 안동에서는 유생들의 새참으로도 국수가 애용되었다.
건진국시가 양반네 음식이었다면 '안동누름국시'는 서민들이 손쉽게 끓여먹던 국수다.
끓는 멸치장국에다 뒤뜰에서 방금 따온 애호박 등을 썰어 함께 끓여낸다.
안동국시는 갑작스레 찾아온 손님에게 반찬없이 내놓아도 격이 떨어지지 않았던 음식이다.
정성과 손님에 대한 예의, 섬김이 오롯이 담긴 귀한 음식이니 정갈한 마음으로 양념간장을 조금씩 얹으며
음미하는 것이 좋겠다.'

 

출처는 경북관광공식블로그다.

http://blog.naver.com/gbnadri/60125972620

 

추론 능력 쩐다.

역시 맛집 블로거.

하여튼 난 개인적으로 육수는 진한 걸 좋아한다.

그래서 안동국시보다는 제주도 고기국수를 더 선호한다.

더는 쓸 말이 없다.

 

어제 밤에는 자려고 누웠는데 옆집인지, 윗집인지 새벽 한시가 넘었는데 남자 두명이랑 여자 한 명이 계속 낄낄거리면서 웃어대가지고 잠을 게속 설쳤다.

시발 뭐가 그리 재밌는지.

그렇게 선잠을 자다가 꿈을 꿨는데 내가 옆집에 총을 가지고 난입하는 꿈이었다.

야 시발놈들아 뭐가 그렇게 웃긴데? 하면서 막 문 열고 들어갔는데 옆집 사람이 무한도전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더 열이 받았다.

나는 야 이 무도충새끼들아 이게 재밌냐? 이게 웃기냐고? 하면서 총을 난사했다.

넘나 끔찍한 꿈이었다.

백수 생활이 너무 지난해서 자꾸 흉포해지는 것 같다.

 

 

요약

상호 : 구리개

위치 : 종각역 근천데 말 하기가 애매하다. 지도를 참고하세요.

총평 : 걍 안동국시다. 좋게 말하면 깔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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