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는 종로3가역에 가보자.

깜짝 놀란다.

할배 냄새가 진동해서.

근처에 할배들의 성지인 탑골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탑골공원 뒤 낙원상가 뒷골목은 하루 일과를 마친 할아버지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그야말로 할배들의 홍대라고 불리우는 곳이다.

사실 나만 그렇게 부른다.

근데 한번 가 보면 안다.

진짜 할배 개 많다.

쏘 매니 틀딱.

할배가 많은 것 외에 특징 하나가 음식 값이 굉장히 싸다는 것.

2,500원이면 선짓국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동네다.

 

하여튼 그 동네 중에서 전과 막걸리로 유면한 집.

'행복한 집 전과 막걸리'란 가게에 오랜만에 한번 가 봤다.

 

간판이다.

행복한 집.

송명섭 생막걸리란 술을 취급하는 몇 안되는(내가 알기에) 가게다.

 

가게가 옆으로 길어서 나눠 찍었다.

금정산성막걸리도 취급한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막걸리임.

 

메뉴판이다.

잘 안보인다.

참고로 모듬전은 만원이다.

막걸리는 다섯 종류가 있다.

보통 전집 가면 장수 막걸리만 있거나 끽해야 국순당 생 막걸리 정도가 추가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막걸리 선택지가 넓어서 좋다.

일단 모듬전이랑 금정산성 막걸리를 시켰다.

할배들이 많은 가겐데 와이파이가 되는 것이 신기하다.

 

음식 나오는 막간을 이용해서 내부 사진을 찍었다.

할배들의 홍대답게 할배들이 드글드글함.

머대리 할배, 모자 쓴 할배, 염색한 할배 등등.

할배들이 많다 보니 대화 주제도 남다름.

술 취한 할배들의 고성 가운데서 '낙동강 전투', '학도병'같은 단어들이 종종 들려온다.

 

전보다 먼저 나온 밑반찬이랑 막걸리.

김치는 새콤함을 강조한 가운데 단맛이 추가된, 막걸리 안주 전용 김치.

양파 절임은 안 좋아해서 안 먹음.

전 찍어 먹는 간장으로 활용하도록 하자.

홍합탕은 약간은 밍밍, 좋게 말하면 담백.

홍합살은 적당히 탱글탱글한 것이 맛있었음.

홍합탕은 더 달라면 더 줌.

섹스!

 

내가 좋아하는 금정산성 막걸리.

부산지역에서 만드는 막걸리로 목넘김이 걸쭉하고 새콤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처럼 말해보자면 묵직한 바디감과 산뜻한 산미를 자랑하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막걸리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사족인데, 최근에 집 밑에 있는 커피숍에 가서 오늘의 드립 커피라는 것을 시켰음.

바리스타 양반이 "산미 좋아하세요?"했는데 못 알아 들어가지고 속으로 '그게 뭐지? 삼미 슈퍼스타즈는 없어졌는데... 소설 말하는 건가?'하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네? 뭔미요?"했음.

그러니까 "신맛이요!"그러더라.

그렇게 새로운 단어를 하나 더 배움.

 

모듬전 나옴.

계란 값이 올라서 그런가 예전보다 양이 좀 줄었다.

그래도 맛있음.

특히 굴전이 맛있다.

난 개인적으로 특유의 향 때문에 굴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란 옷을 입혀 부치면 계란의 담백함이 굴을 감싸서 굴 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느껴져서 좋다.

 

전 다먹고 꼬막 시킴.

삶은 꼬막.

난 조개 중에 꼬막이 제일 좋다.

비린데 맛있는 비림임.

식감도 쫄깃쫄깃함.

 

술도 다 먹어서 하나 더 시킴.

이번에는 송명섭 생 막걸리란 것을 시킴.

금정산성 막걸리는 서울에서 가끔 취급하는 곳을 볼 수 있는데 이 막걸리는 진짜 취급하는 곳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움.

일반 막걸리보다 용기가 매우 약간 더 크다.

위에 금정산성 막걸리가 750ml.

송명섭 생 막걸리 이거는 900ml.

그리고 알콜 함량도 더 높은 느낌임.

먹고 나면 알딸딸해 짐.

그래서 그런가 천원 더 비쌈.

오천원임.

고급임.

이걸 시키면 아줌마가 "아이고 꼴에 좋은 술은 알아가지고~"하면서 갖다 줌.

 

송명섭이란 사람은 병에서 쓰여 있듯이 전통술 담그기 무형문화재라고 함.

지인 말에 따르면 최남선이 꼽은 조선 3대 명주가 있는데 이강고, 감홍로, 죽력고가 그 것들이라고 함.

그리고 송명섭 이 양반이 대가 끊긴 죽력고를 다시 복원한 술 장인이라고 함.

원래는 트럭 운전하다가 죽력고 복원하고 나서 요즘에는 무형문화재로 잘 나간다고 한다.

어째든 그런 쩌는 양반이 자기 이름 걸고 만든 막걸리가 송명섭 생 막걸리다.

잡 맛이 없는 가운데 뒷맛이 씁쓸한 것이 특징이다.

근데 그 씁슬한 맛이 굉장히 묘한데, 어케 보면 술 많이 먹고 다음날 계속 토하다 보면 마지막에 올라오는 위액의 씁쓸함과도 흡사함.

 

예전에 어디서 봤는데 시중에 파는 막걸리 중에 느린마을 막걸리, 금정산성 막걸리, 송명섭 생 막걸리 얘네가 괜찮은 막걸리들인데, 이제 막 술을 먹기 시작한 어린 친구들은 느린마을 막걸리를, 술 맛을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은 금정산성 막걸리를, 그리고 레알 주당들은 이 송명섭 생 막걸리를 찾는다고 함.

처음에는 느린마을 막걸리의 달콤함을 좋아하고, 주력이 어느정도 쌓인 후에는 금정산성 막걸리의 산뜻한 산미를 좋아하게되며, 그 후 레알 주당이 되면 송명섭 생 막걸리의 특이한 씁쓸함을 즐기게 된다는 이야기였음.

나도 몇 년 전에는 이 씁쓸함이 굉장히 불쾌했었는데 이번에 먹어 보니까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이 느껴졌음.

인생이 힘드니 술이 점점 맛있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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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포스팅은 자체 표절을 좀 했습니다.

혹시나 눈치채신 분들은 양해 바랍니다.

 

 

요약

상호 : 행복한 집 전과 막걸리

위치 : 종로 3가역 6번 출구 방향

총평 : 전과 막걸리에 딱 맞는 클래식한 분위기. 다양한 막걸리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 화장실이 밖에 있다는 점은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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