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미식회 두부 편에 나왔었던 강릉의 초당 할머니 순두부.

전에 네이버 블로그 할 때도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그 후 또 한번 간 적이 있어서 올린다.

사실 2월에 갔었는데 게을러서 지금 올림.

 

당시 퇴사한 직후였는데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여 밤을 꼬박 샜었다.

그러다 일출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걍 홧김에 강릉으로 갔다.

강원도로 들어가니 가로등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진눈깨비가 날리고 언덕 넘을 때는 존나 쎈 바람 때문에 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데다가 몇몇 도로에는 결빙도 있어서 진짜 식겁했다.

고생 끝에 경포대에 도착해서 담배 한 대 피고 나니 수평선이 불그스름하게 변하더라.

 

그러다 얼마 후에 해가 떴음.

강릉에 일출 보러 가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도 앞으로 내 먹고 살 길이 해 뜨는 것 처럼 명확해지는, 그런 깨달음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만, 그래도 먹먹한 내 가슴에 어느정도는 위로가 되는,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런 거 좆도 없더라.

적어도 붉게 물든 하늘 속에서 이글이글 거리며 비장하게 떠서 찬란하게 빛나는 그런 해를 기대했는데 진짜 그냥 실무시 뜨더라. 

곧 바로 딸딸이 이후와 같은 현자타임이 찾아왔음.

허무한듸...

딸딸이는 쾌감이라도 있지.

일출을 본다는 건 싸긴 쌌는데 언제 쌌는지도 모르는, 그런 쾌감이 부재한 딸딸이를 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본인은 만약 어느날 갑자기 일출을 보러 가고 싶어진 사람이 있다면 그냥 집에서 딸딸이를 치는 것이 낫다고 충고하고 싶다.

 

어째든 경포대까지 고생해서 갔기에 일단 기념사진 찍음.

 

기념사진 찍고 나니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해서 일단 배고픔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 전에 수요미식회에 나왔던 초당 할머니 순두부에 가기로 함.

경포대에서 차로 한 5분 정도 가면 초당 할머니 순두부가 있음.

옆에 주차장이 따로 있어서 좋다.

 

오전 7시 30분에 문을 연다.

전에도 와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수요미식회에 막 나왔을 때라서 비슷한 시간에 갔는데 사람들이 드글드글 했었다.

그 동안 방송빨이 많이 빠졌는지, 혹은 평일이라 그랬는지, 혹은 휴가철과 전혀 무관한 늦겨울이라 그랬는지, 이 날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음.

내가 1빠.

 

이거 메뉴판 찍은 거임.

순두부백반을 시켰다.

일반적으로 자주 먹는 빨간 순두부찌개를 원한다면 얼큰째복순두부를 시키면 된다.

모두부는 걍 우리가 아는 그 일반 두부임.

모두부는 당일 물량이 많지 않으니 먹고 싶다면 약간 서두르는 것이 좋다.

또한 모두부는 양이 생각보다 많다.

반모만 시키는 것도 가능하니 참고하자.

 

벽에걸린 액자들.

멋있음.

 

순두부백반 나옴.

양념이 되지 않은 순수한 순두부다.

순두부에 간을 해서 먹을 수 있는 간장과 된장, 기본적인 반찬들이 준비되어 나온다.

순두부가 굉장히 담백하고 고소하다.

씹지 않아도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입 안 감각이 민감한 사람이라면 몽글몽글한 순두부가 씹힐 때의 그 미묘한 식감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순두부만 먹기에 싱겁다고 느껴진다면 준비되어 나온 간장 혹은 된장을 함께 먹어도 좋다.

특히 된장은 시큼함과 감칠맛이 어우러진 가운데 된장 특유의 퀴퀴함이 은은하게 나서 좋다.

 

이건 함께 나오는 비지찌개.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언급했지만 이게 굉장히 맛있음.

콩으로 낼 수 있는 고소함의 최고봉이 아닐까 한다.

앞에 순두부가 고소함과 담백함 중에서 담백함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가운데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 비지찌개는 고소함에 보다 명확하게 치우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간이 미리 되어 있는데 이 또한 굉장히 적절했다.

 

초당 할머니 순두부.

추위와 졸림, 고단함과 허무함에 시달린 나를 위로해 주는 맛이었다. 

고생한 뒤에 찾아가서 그런지 전 보다 더 맛있더라.

먹을 때는 좋았는데 적당히 배가 채워지고 니니 '이제 앞으로는 뭘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그 다음에는 '집에는 또 어떻게 가나'라는 더 현실적인 고민이 엄습했다.

홧김에 강릉까지 갔지만 아무런 깨달음도 얻지 못했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춥고 바람 불고 진눈깨비 날리는 길을 달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하도 졸려서 차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지금은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공시충이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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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상호 : 초당 할머니 순두부

위치 : 강릉

총평 : 따뜻하고 맛난 두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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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있는 통일동산두부마을에 갔다.

두부요리로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파주에는 장단콩이 유명하다고 했다.

장단콩은 콩 품종은 아니고, 동네 이름이라고 한다.

파주시가 예전에는 장단군이어서 장단콩이라고 함.

콩 경작지가 민통선 안에 있어서 청정 콩을 재배할 수 있다고 그랬다.

24시간 하는 집인가 보다.

 

건물은 좀 촌시럽게 생김.

건물 뒤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주말에 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기다려야했다.

대기표를 뽑고 밖에 있는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210번.

10분 정도 기다렸다.

 

유명한 집이라 북적거렸다.

사람이 많아서 시끄럽다.

 

끌차가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음식을 나른다.

두부 전문점이기 때문에 청국장과 두부는 직접 만든다.

 

메뉴판이 멀리 있어서 대신 이걸 찍었다.

인원 수 대로 주문을 해야 한다.

정식은 만천원이다.

그냥 두부를 먹어보려면 두부보쌈이나 두부김치를 시켜야한다.

 

기다리는 동안 콩을 준다.

볶은 콩인듯.

그냥 콩 맛이다.

별 감흥 없었다.

 

정식 반찬이 먼저 나옴.

평범했던 것 같음.

 

두부 보쌈이다.

보쌈이랑 두부가 같이 나와서 두부보쌈.

 

두부 먹어 봤는데 별로 감흥이 없었다.

뭐 그렇다고 마트에서 파는 두부 수준인 건 아니고,

직접 만드는 두부라 고소함과 풍미가 느껴짐.

 

보쌈고기.

잘 삶아서 쫄깃 쫄깃하고 맛있었다.

 

이건 된장찌개.

버섯이 많이 들어가 있음.

 

이건 청국장.

사진이 그지 같지만 어째든 청국장.

발냄새 남.

심하지는 않고.

뭐 그냥 그랬다.

 

오늘은 끝나고 회식을 한다고 그런다.

소고기 먹는다 그래서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미국산 소갈비 1인분 시키면 차돌박이를 무한대로 주는 그런 집이라고 함.

어차피 차돌박이 아니고 우삼겹이겠지.

회식 메뉴를 보면 회사 수준을 알 수 있다더니.

시발거. 새해에는 꼭 퇴사한다.

아몰랑. 기분 다운됐어...

그래서 포스팅도 다운됨.

 

 

 

요약

상호 : 통일동산두부마을

위치 : 파주

총평 : 맛이 없지는 않다. 근데 별 감흥 없음.

기타 : 주차장이 넓다. 자전거 타는 아재들이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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