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이었다.

백수라 할 일도 없어서 빈둥 거리고 있었는데 지인 중에 가장 많은 부(富)를 축적한 분이 단톡방에다가 자기가 돈까스를 쏠테니 저녁에 강남으로 모이라고 했다.

강남역 근처 영동프라자라고 상가가 있는데 거기 안에 있는 아빠곰 돈까스라는 돈까스 집이 있다.

가성비가 좋기로 좀 유명한 집인데, 여기를 간다고 했다.

나는 공짜를 좋아하기 때문에 흔쾌히 강남으로 갔다.

7시 30분 쯤에 지오다노 앞에서 물주 분을 만났다.

더 온다는 인원이 있었지만 이 날은 굉장히 추운 날이어서 일단 둘이서 먼저 영동프라자로 출발했다.

먼저 주문을 하려고 아빠곰 돈까스로 들어가려는데 이상하게도 아빠곰 돈까스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그 앞에 있는 밥집에만 사람이 드글드글 거리고 있었다.

그 밥집 이름이 게밥에 도토리였다.

한동안 고민했다.

계획대로 아빠곰 돈까스를 갈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들이 많아 맛있어 보이는 게밥에 도토리를 갈 것인가를 한 동안 고민했다.

에라 그냥 원래 가려는데 가자 하면서 아빠곰 돈까스를 갔는데 마침 거기 사장님이 자기 영업 끝났다고 그랬음.

그래서 잘 됐다 하면서 홀가분하게 게밥에 도토리를 가 보게 되었다.

 

이건 간판.

보쌈돈까스라는 메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듯 했다.

 

상가 안에 있는 밥집이라 공간이 넓지 않다.

테이블 석은 따로 없고 전부 카운터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꽉꽉 채워 앉으면 15명 정도 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분 외 3명, 총 4명이었는데 마침 자리가 나서 적당히 앉을 수 있었음.

영동플라자 안에 있는 밥집들 중에 유독 게밥에 도토리 여기에만 손님들이 많았다.

사진 뒤로 아빠곰 돈까스가 보인다.

 

 메뉴판이다.

뭘 시킬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분이 재빨리 검색을 해서 게밥에 도토리에는 게장 돌솥 알밥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좀 있다가 이야기 할 거기는 한 데 이 집은 메뉴를 시키면 도토리 묵사발을 장국처럼 내어 주는데,

'게밥'에 '도토리'라는 이름이 게장 돌솥 알밥과 묵사발, 이 두가지 음식에 착안하여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어째든 게장 돌솥 알밥을 하나 시키고, 원래는 돈까스 먹으려고 모인 거라서 보쌈 돈까스 하나 시키고, 사장님 추천을 받아서 인도 카레 덮밥과 교토 제육 덮밥을 하나씩 시켰다.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셨다.

메뉴를 추천할 때 사장님의 자부심을 좀 느낄 수 있었다.

 

밑반찬이 먼저 나온다.

메뉴마다 밑반찬이 조금씩 다른다.

내가 시킨 교토 제육 덮밥에는 백김치?랑 무 쌈과 쪽파?가 나왔다.

 

이건 김친데...

어떤 메뉴에 딸려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김치 맛은 그냥 식당 김치 맛임.

 

이건 묵사발.

멸치 육수에다 도토리묵을 길게 썰어 넣고 조미료 탄 맛이다.

따뜻하게 나옴.

엄청 추운 날이라 따뜻한 국물이 반가웠다.

 

얼마 후 메인메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게장 돌솥 알밥.

김이 많이 뿌려져 있어서 내용물들이 잘 안보인다.

우측으로 날치알은 보이는데 게장이 어떤식으로 들어가 있는지는 이 사진만으로는 잘 알아볼 수가 없다.

아마 아래 쪽에 흐물흐물해 보이는 게 게장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본다.

김을 걷고 사진 한번 찍을 걸 그랬음.

 

비비고 있는 사진.

이거 시킨 사람이 파오후였는데, 배고프다고 막 격렬하게 비비는 통에 사진 초점이 안 맞았다.

다 비비고 두 숟가락 정도 먹어 봤는데, 게장 향이 추가된 알밥이라고 보면 되겠다.

게장 먹을 때 게 껍데기에 밥 비며 먹는 짭쪼름하고 비릿비릿한 게 내장의 느낌이 남.

게장의 풍미는 유지하고 맛은 조금 더 캐쥬얼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든, 게 껍데기 밥이라고 보면 되겠다.

특이하기는 한데 난 솔직히 게장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이건 보쌈 돈까스.

이것도 초점이 안 맞음.

 

보쌈 돈까스 단면.

옆에서 찍었따.

이건 초점 맞음.

보싼 돈까스가 뭔가 했는데 옆에 단면을 보면 알겠지만 보쌈 고기로 돈까스를 만든 거임.

보통 돈까스는 살코기로만 만드는데 게밥에 도토리 보쌈 돈까스는 살코기랑 비계가 같이 있다.

그래서 맛이 보다 부드럽고, 비계가 포함되어 육즙이 많이 나옴.

원래 가려고 했던 아빠곰 돈까스 보다 맛있는 듯.

 

이건 내가 시킨 교토 제육 덮밥.

제육 덮밥이라고 해서 시뻘건 고추장 양념인줄 알았는데 간장 베이스 양념이었는데, 데리야끼 소스 비슷했던 것 같음.

고기 위에는 가다랑어포를 수북히 올려 놨음. 

교토 제육 덮밥이라 그런가?

일단 일반 제육 덮밥 보다는 비쥬얼이 훨씬 세련됐음.

가다랑어포 위에 쪽파도 송송 올려져 있고,

접시 이빨이 나간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상가 내 식당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점 또한 멋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가다랑어포는 미관상으로는 좋은데 고기랑 같이 먹으면 좀 짜고 비림.

가달랑어포랑 같이 내려면 간을 좀 심심하게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제육 볶음만 먹으면 간이 딱 맞음.

고기도 야들야들하고 쫄깃쫄깃하다.

괜찮음.

덮밥이지만 밥은 따로 나오는데 밥 맛이 썩 괜찮은 편이다.

햅쌀로 갓 지은 밥의 달달한 향과 맛을 머금고 있다.

참고로 밥은 더 달라면 더 준다.

같이 간 3명 중에 2명은 파오후였는데 역시나 밥 더 시켜 먹더라.

파오후들이란...

 

이건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분이 시킨 인도 카레 덮밥이다.

인도 카레라고 하는데 내용물이 많아서 푸짐해 보인다.

몇 숟가락 얻어 먹어 봤는데 개인적으로 이 날의 베스트 메뉴가 아니었나 한다.

일단 인도식 카레는 아님.

오히려 일본식 카레에 가깝다고 보여지기는 하는데 하여튼 독특한 맛이다.

카레 특유의 톡 쏘는 향 이후에 대파의 은은한 단 맛이 실무시 느껴진다.

굉장히 맛있음.

카레에 들어가는 고명? 고기는 닭고기랑 돼지고기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이건 닭고기.

나중에 돼지고기도 먹어보고 싶다.

 

게밥의 도토리.

전반적으로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거기다 개성을 가지고 있는 식당이다.

하지만 시그니쳐 메뉴라고 하는 게장 돌솥 알밥과 묵사발 보다 다른 메뉴들이 더 맛있다.

 

우연한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

식당을 나온 뒤 담배 피면서 그 뿌듯함을 만끽했다.

다 먹고 나서 집에 가려는데 파오후 중 한명이 자기 아직 배고프다고 막 징징거렸음.

밥을 더 시켜 먹었는데 왜 배가 고프냐고 물어보니 원래 본인은 더 먹고 싶었는데 밥 두 그릇 추가하면 너무 파오후 처럼 보일까봐 참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계속 배고프다고, 더 먹고 싶다고 오뎅 먹자고 징징 거려서 결국 근처 순대집에 가서 순대국이랑 순대를 먹었음.

파오후들이란...

 

 

요약

상호 : 게밥에 도토리

위치 : 강남 영동프라자 1층

총평 : 메뉴만 보면 백반짐. 하지만 개성과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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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맞은편 골목에 있는 백반집.

엄마손 햄전골 동태찌게 전문점.

이름이 길다.

술 먹은 다음날인가 부대찌개가 먹고 싶어서 두리번 거리다 햄전골이 부대찌개겠거니 하면서 들어갔음.

안에서 본 바깥 풍경.

뷰가 좋음.

내부가 좀 어두침침한데 밖이 밝아서 길 가는 사람들 훔쳐보기 좋은 분위기다.

 

벽이다.

연분홍과 진분홍 사이에 띠벽지를 둘러 멋을 낸 것이 재밌다.

냅킨이나 티슈 대신 두루마리 휴지가 놓여있다.

 

오픈형 키친.

햄전골 2인분을 시키자 주인 할머니가 바삐 움직이신다.

 

고풍스러운 메뉴판이다.

햄전골 1인분에 오천원.

세트 메뉴도 있고 학생 할인도 있음.

하지만 난 학생이 아니라서 할인 못 받는다.

학생이고 싶다.

출근충은 노잼이야.

이제 늙어서 학생은 될 수 없지만 조만간 갓수가 될 예정이라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밥이랑 반찬이 먼저 나왔음.

김이 서려서 그만...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추장아찌, 김, 계란말이, 깍두기임.

계란말이도 반찬으로 나와서 좋았음.

그런데 계란말이가 굉장히 싱겁다.

밥은 되게 맛있다.

햅쌀로 지었는지 윤기가 흐르고 씹을수록 단맛이 남.

쌀 밥 특유의 시큼 달달한 향도 나고 하여튼 좋았음. 

 

햄전골 나왔음.

김이 서려서 그만...

햄전골은 그냥 부대찌개라고 보면 되겠다.

가격에 비해 양이 많다.

근데 이것도 싱겁다.

온갖 햄과 소세지가 다 들어가 있는 그 짭짤한 MSG의 맛을 기대했는데...

그래서 계속 졸여 먹었음.

거의 다 졸이니까 그나마 간이 좀 맞는것 같기도 했다.

옛날 전쟁시절 생각하셔서 배 많이 채우라고 물을 많이 넣으셨나?

 

전체적으로 싱거웠지만 뭔가 정이 가는 식당이었다.

할머니가 친절하심.

 

 

요약

상호 : 엄마손 햄전골 동태찌게 전문점

위치 : 숭실대 맞은편 식당 골목

총평 : 엄마손은 아니고 할머니손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백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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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에 있는 식당 조은집.

만원짜리 한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하다.

 

건물 외관이다.

밤에 가서 잘 안보인다.

내 걸고 있는 현수막이 예쁘다.

연희동 식당들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들어진 곳이 많다.

대부분 2층 혹은 3층 건물로 비슷비슷해 보이나 각기 개성이 있어 굳이 밥을 먹지 않더라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아직까지 담장이랑 마당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많은데, 마당에는 꽃 나무가 많이들 심어져 있기에 봄에 가서 꽃 구경하기 좋다.

 

이 집은 담장이랑 마당이 없고 대신 주차장이 있다.

주차는 다섯 대 정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근데 주차할 데 없으면 주인아저씨가 발렛도 해 주는 거 같음.

어떤 아줌마가 차 그냥 도로가에 대충 대 놓고 아저씨한테 차 키 주더라.

한정식 만원, 떡갈비 만원.

예전에는 정식 구천원이었는데 올랐다.

 

사람 많을데는 카운터 뒤에서 기다리면 된다.

난로가 있어 따뜻하다.

 

좀 기다리다 이층으로 올라갔다.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밥집답게 내부도 그리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깔끔하다.

참고로 좌식 테이블 밖에 없다.

 

테이블에 앉음.

메뉴판은 따로 없다.

돈 없어서 떡갈비는 못 시키고 한정식 2인분 시켰다.

조은집.

이름이 귀엽다.

학교 다닐 때 조은지라는 애가 있었는데 동기들이 걔만 보면 환장했었던 기억이 난다.

별개로, 학교 앞에 카레 집이 있었는데 거기가 영화배우 조은지 동생이었던가, 언니였던가 하는 사람이 운영하던 가게였다.

계란 후라이가 맛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주문 들어가면 바로 찌개를 갖다 준다.

된장 찌개.

이거 알아서 불 키고 끓인 다음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불 줄이고 그냥 먹으면 된다.

다 되면 아줌마가 와서 불 꺼주겠지 싶어서 멀뚱거리다 보면 다 졸아서 짠 찌개를 먹게 된다.

 

찌개가 다 익을 때 쯤에 밥이랑 반찬이 다 세팅이 된다.

제육볶음, 계란찜, 동그랑땡, 편채, 생선구이, 잡채 등등이 나온다.

일반 한정식집에 비해 반찬 가짓수가 많지 않지만 대신 양이 많고 그릇도 커서 한상이 꽉 차는 느낌을 준다.

밥이랑 반찬 더 달라면 더 준다.

 

세부 반찬 샷을 찍어 보았다.

제육볶음이랑 계란찜.

제육 볶음 고기가 너무 푸석푸석하다는 단점이 있다.

계란찜은 맛있음.

 

이건 생선 찜?

타르타르소스를 얹어 준다.

무슨 생선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째든 흰살 생선임.

소스 맛이 강하다.

 

오징어 숙회.

오징어 한마리가 통으로 나오고 직접 가위로 잘라야 된다.

초장에 버무려 나물과 함께 먹는다.

쫄깃 쫄깃하다.

 

동그랑땡, 편채, 고등어구이

동그랑 땡 맛있음.

이거 보다 동그랑 땡 맛있게 하는집 못 본듯 함.

 

편채는 돼지고기인 것 같았음.

너무 늦게 가서 그런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차가운 돈까스 맛이 났다.

옆에는 양파 절인거랑 버섯 토핑에 머스타드?를 뿌린 무 쌈.

무 쌈에다 편채를 싸 먹으면 엄청 짜니 따로 먹자.

 

생선구이도 맛있다.

간이 적당해서 좋았다.

고등어겠지?

 

잡채.

잡채 맛있다.

 

나머지 야채 튀김이랑 도토리묵이랑 김치, 양상추 샐러드, 나물 등이 나오는데 귀찮아서 안찍었다.

반찬은 계절과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다고 한다.

반찬마다 편차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맛있게, 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아 밥 사진을 안찍었는데 밥이 또 맛있다.

단 맛이 나고 윤기와 향이 좋았다.

뭔 쌀 쓰는지는 모르겠다.

 

인테리어, 가격, 음식 등등 모든 면이 한정식집 보다는 부담이 없고, 백반집 보다는 격이 있다.

누군가 마케팅 사례 관련해서 책을 쓴다면 STP 성공 사례로 조은집을 소개하면 좋을 것 같음.

 

 

 

요약

상호 : 조은집

위치 : 연희동 사러가마트 근처임.

총평 : 한정식집과 백반집의 경계에 있는 집. 라임 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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